지겹도록

사랑의 끝은 지겹다. 또 침착되어지는 내 감정들을 추스리기 위해 고달픈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. 이별 직 후의 마음이란 것은 마치 오랜 시간동안 건들지 않은 침전물처럼 조금씩 그렇게 가라앉아 간다. 절대적인 고요. 그리고 또 절대적인 안정. 술을 마시고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도 흔들리는 마음은 그 자체로 흔적을 남긴다. 생명력이 사라진 내 마음속 깊은 곳으로 조금씩 퇴적되어 간다. 그리고 그것들이 잘 쌓여 지층처럼 단단해질때까지 그렇게 지속 될 것이다.

20대 후반이란 나이는 이별에 놀랍도록 침착한 나를 만들어주었다. 아무런 노력도 다시 잡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. 그저 한 번 더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듣지 못하게 된 그 순간도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. 가슴이 후벼파이듯 아파오지도 않았다. 그저 담담히 그 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. 응. 누구의 잘못인지는 어쩌면 중요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. 끝나지 않을 것 만 같았던 연애는 그렇게 끝났고 난 또 침착하게 삶을 살아간다. 금새 다시 얼어버린 심장은 조금씩 약해지지만 아직 뛰지 않을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.

조금 오른손을 떨었다.

다른 사랑을 찾는 일도 잠시는 쉬고 싶구나. 이제는 나를 좀 더 사랑해도 될 것 이라는 사실이 어쩐지 슬프다.

괜찮다. 물론 전혀 괜찮지 않다.

그리고, 다시 말할 수 있다면 그저 한번 더 사과를 하고 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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